
왜, 왜 그러세요…? 제가 또 뭘 잘못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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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눈 안의 붉은 동공, 유독 발갛게 충혈된 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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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창백한 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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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까지 오는 검은 생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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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룬 소매의 흰 색 셔츠와 푸른 잿빛의 코트
Meiling Li 리 메이링
25세 여성
167cm(굽포 173cm) / 47kg
완구점 직원


우둔한
방어적
충동적
머리가 썩 좋지 못했다. 아니, 나빴다!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빠른 계산은 물론 즉각적인 대처를 요구하는 부류의 모든 것을 훌륭하게 해내지 못했다. 그가 한참동안 골똘히 생각한다고 해서 그의 사고가 깊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래봤자 가소롭거나 말도 안되는 결론들이니 결국 시간낭비인 셈이니. 그리고 부디, 당부하건대 그에게 긴박하고 중한 것을 해내도록 요구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의 짧은 사고가 빠르게 타들어가야만 하는 순간, 그는 높은 확률로 모든 것을 그르칠 테니.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데 어떻게 좀 해 보세요! 퍽, 둔부를 후려치는 소리가 나고 조금의 정적이 흐르면, 아… … 죄송해요. 그치만 그쳤잖아요…?
애석하게도 그 모든 행동의 근원은 결여된 도덕성이 아닌 단순한 우둔함, 멍청함에 불과하다. 사고를 치고 나서도 잘못이라 깨닫지 못하고 멍하게 있다가 뒤늦게 어떡해, 죄송해요. 제가 멍청해서 또… … 발을 구르며 몇 시간 동안 칭얼거리고 있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짜증이 치밀고는 했다. (물론 칭얼거리려는 의도와는 전혀 상반되는, 사과와 속죄를 위함이었을 테지만 보는 사람이 부아가 치미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닐까.)
방어적
스스로를 끔찍하게도 생각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스스로가 아픈 게 극도로 싫었다. 누가 그렇지 않겠냐만은, 몸이 아프면 답지않게 짜증까지 낼 정도로. 자존감이 낮은데다가 유독 눈치를 많이 보고 사람들의 신경을 많이 쓰는 탓에 유순하며 고분고분했지만 메이링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그 점을 모를 수 없었다. 멍청한 탓에 이용하려는 사람이 제법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제가 힘들고 아픈 일에는 빠지고 싶어 하는 눈치가 상당히 노골적이었다. 저 이거 안 할래요. 아픈 것은 물론이요, 어느정도 충분히 힘이 들었다 싶으면1 귀신같이 중얼거리며 대놓고 뒤로 빠지며 물러나고는 했다. 그래, 멍청하면 스스로를 지키기라도 해야지 무얼 어쩌겠니.
1 힘이 드는 일의 기준은 제멋대로인듯. 누가 시켜도 타당하다고 생각하거나 자의나 호의에서 비롯되는 일들은 힘이 들어도 참아냈지만 그것 마저도 결국 한계에 부치면 힘들다고, 꼭 계속해야만 하냐고 양껏 징징대버리고 말았다.
충동적
상당히 즉각적이고 충동적인 편이다. 주위 사람이 옆에서 말리지 않는다면 고민 없이 내키는 걸 저질렀다. 역시나 옳고 그름의 잣대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니고,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의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망설임이 적은 편이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사람들에게 반하고 싶어하는 의지는 없었기에 착실하게 규율을 지키고자 했으나 부족한 합리성 탓에 남들이 보기에 삐걱거리는 면이 없잖았다. 물론 스무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기본적인 도덕과 법률은 배워왔기에 크게 문제가 되는 일은 없었지만 (복역은 예외로 친다.) 호통을 당하는 일이 잦기 때문에 상대의 기분이 무슨 이유로건 나빠 보이면 무조건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해 연신 눈치를 보곤 했다. 역시, 제가 잘못한거죠…?

1. Mei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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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3일|국화, 애퍼필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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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3일, 출소. 크게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라 알아보는 사람은 많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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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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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머리로 무언가를 까먹지 않기 위해 애를 쓰며 몇 번이고 되뇌이는 것도 모자라 핸드폰이 없으면 종이를, 종이가 없으면 몸에 메모하기 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 가끔씩은 처량한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1-1. Hobb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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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것들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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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애호가. 그중에서도 파충류를 상당히 좋아해 이구아나를 키웠다. 온도 변화에 민감하고 이리저리 키우기 까다로운 탓에 둔한 메이링으로서는 역시 무리였던듯, 아보카도는 애석하게도 세상을 뜨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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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제는 상대적으로 만만한 물고기, 닥터피쉬를 키우기 시작했다. 물은 꼬박꼬박 갈아주고 있지만 아직 발을 담가보기는 부끄러워서 관상만 하는 중. 이름은 하나씩 지어주려다가 구분할 수가 없어서 포기했다. 통칭은 풋이터.
1-2. Hab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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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는 습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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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을 즐긴다. 러블리한 옷들을 입고싶어 늘 서성거리지만 막상 어울리는 건 흔치 않은지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 편. 신상에 생각보다도 민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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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직원들 말에 홀려 늘 쇼핑을 할 때 마다 필요없는 것들을 주렁주렁 사들고 돌아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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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도 역시나 물건들이 과도하게 쌓여있지만 물건을 못 찾는 일이 빈번해 똑같은 물건을 몇 번이나 사는 일이 잦다.
2. T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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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역 후, 제 성격을 알고 있는 대만 사장이 좋은 일 하는 셈 치고 사람이 거의 없는 후미진 골목의 완구점 가게에 자리를 하나 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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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작은 덕분에 물량 관리도 거의 할 것이 없어 큰 문제 없이 순조롭게 일 하는 중. 돈을 벌어 쓰고는 있지만 돈이 떨어질 때 마다 중국에 있는 부모님에게 돈을 받아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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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안해요. 울지 마세요…? 장난감을 구경하러 온 아이들이 저를 보고 귀신이라며 손가락질 하거나 우는 일이 종종 있어서 고민이라면 고민이란다. 스스로가 음침함을 알고는 있는지, 옷만은 화사하고 사랑스럽게 입으려고 노력하는 편. (마음대로 되지는 않지만.)